‘처럼’과 ‘같이’의 차이 및 양자의 구별 방법을 알아보자.
①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
②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
①과 ②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하지만 미세한 의미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양자의 구별점인 조사 ‘처럼’과 ‘같이’의 쓰임을 살펴본다.
‘동태처럼 얼다’를 ‘동태같이 얼다’로 바꿀 수는 없다. 또 ‘돼지같이 못생겼다’를 ‘돼지처럼 못생겼다’로 바꾸노라면 뭔가 어색하고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즉 ‘처럼’과 ‘같이’는 서로 쓰임이 다른 것이다.
‘처럼’은 흔히 ‘~처럼 어떠하다’의 형태로 쓰인다.
(1) (가) 눈처럼 희다(ㅇ)
(나) 눈같이 희다(?)(*이하 물음표는 다소 어색함을 뜻함)
(2) (가) 토끼 눈처럼 동그랗다(ㅇ)
(나) 토끼 눈같이 동그랗다(?)
반면, ‘같이’는 흔히 ‘~같이 어떠한 무엇’의 형태로 쓰인다.
(3) (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ㅇ)
(나) 칠흑처럼 어두운 밤(?)
(4) (가) 눈같이 흰 박꽃(ㅇ)
(나) 눈처럼 흰 박꽃(?)
이로부터 ‘처럼’과 ‘같이’는 각각 앞뒤 말을 다음과 같은 관계로 맺어 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1), (2)의 경우 편의상 생략된 주어를 넣었다.
(1) 꽃이 눈처럼 희다→ 꽃이 (눈처럼) 희다→‘꽃⇒희다’(무엇이 어떠하다)
(2) 눈이 토끼 눈처럼 동그랗다→눈이 (토끼 눈처럼) 동그랗다→‘눈⇒동그랗다’
(3) 칠흑같이 어두운 밤→밤이 어둡기가 칠흑 같다→밤이 칠흑 같다→‘밤=칠흑’(무엇이 무엇 같다:동격)
(4) 눈같이 흰 박꽃→박꽃이 희기가 눈 같다→박꽃이 눈 같다→‘박꽃=눈’
즉, ‘처럼’은 ‘무엇이 무엇처럼 어떠하다’의 구문으로 실현되면서 ‘무엇이 어떠하다’라는 용언 서술형 의미 구조를 띠고,
‘같이’는 ‘무엇같이 어떠한 무엇’의 구문으로 실현되면서 ‘무엇이 무엇 같다(곧 ‘무엇이 무엇이다’)’라는 동격형 의미 구조를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 구조를 적용하면 예외적인 구문, 예컨대 ‘처럼’이 ‘같이’의 구문 특성으로 실현되거나 ‘같이’가 ‘처럼’의 구문 특성으로 실현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1) (가) 그는 소처럼 미련하게 살았다.
(나) 그는 소같이 미련하게 살았다.
‘같이’의 구문 특성을 감안하면 (나)는 예외적인 표현이다. 이 때문인 듯 (가)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양자는 다음처럼 서로 다른 의미 구조를 지닌다.
(가-1) 그는 소처럼 미련하게 살았다
→그는 (소처럼) 미련하게 살았다
→그는 미련하게 살았다
(나-1) 그는 소같이 미련하게 살았다
→그는 (미련하게 사는 게 마치) 소 같았다
→그는 소 같았다
이상의 분석 기준을 토대로 하건대 이 글의 첫머리에 제시된 두 예문은 다음과 같은 뉘앙스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①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방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②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방바닥이 (차갑기가) 얼음장 같다
이 같은 해석 방법을 이용하여 다른 예문들을 살펴보자.
㉠(가) 철수처럼 힘센 아이가 또 있을까.
(나) 철수같이 힘센 아이가 또 있을까.
(가)는 ‘아이가 철수처럼 힘이 세다’라는 의미이다. (나)는 아이가 힘이 세서 철수 같다는 의미이다. (나)의 경우 아이가 곧 철수일 수도 있다. 또 (나)의 ‘철수 같이 힘센 아이’는 ‘철수 같은 힘센 아이’로 대체될 수도 있다.
㉡(가) 그 사람 돼지같이 생겼더라.
(나) 그 사람 돼지처럼 생겼더라.
‘처럼’과 ‘같이’의 쓰임이 구별된다면 ‘돼지처럼 생겼다’와 ‘돼지같이 생겼다’가 어떤 뉘앙스 차이를 보이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생긴 것이 돼지 같긴 하지만, ‘돼지같이 생겼다’는 단순히 겉모습이 돼지 같다는 뜻이고, ‘돼지처럼 생겼다’는 배가 불뚝하고 코가 벌렁거려서 (특정 부위일망정) 흡사 돼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습으로 치면 후자가 더 돼지에 가까울 수 있다.
한편, 사전에서는 ‘처럼’을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모양’이란 단어이다. 이로부터 ‘처럼’ 뒤에 오는 용언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 곧 형용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소처럼 미련하다’, ‘돌처럼 단단하다’, ‘아이처럼 순진하다’ 등의 뒷말은 모두 형용사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동사와 결합할 수도 있다. 이 경우의 동사는 ‘토끼처럼 달린다’, ‘동태처럼 얼다’ ‘새처럼 날다’ 등처럼 주로 상태나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처럼 동사와 결합한 경우도 형용사와의 결합 관계로 변형시켜 분석할 수 있다.
·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김도향이 부른 노래 ‘바보처럼 살았군요’에 나오는 가사이다. 여기서 ‘바보처럼 살았군요’는 ‘바보처럼 {멍청하게/아둔하게} 살았군요’에서 { } 안의 말이 생략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예로 든 ‘토끼처럼 달린다’, ‘동태처럼 얼다’, 새처럼 날다’도 각각 ‘토끼처럼 {빨리/깡총거리며} 달린다’, ‘동태처럼 {꼿꼿하게/빳빳하게} 얼다’, ‘새처럼 {가볍게/높이} 날다’ 등의 표현에서 { } 안의 말, 곧 (형용사에서 전성된) 부사가 생략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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