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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 생략] 중복된 목적어를 생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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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2...
2022년 4월 22일 1:56 오후

㉠ 욕심을 버리면 행복할 텐데 버리지 못한다.

㉡ 욕심을 버리면 행복할 텐데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두 문장 중 어느 쪽을 택할까. 이 문제에 접근하기 앞서 우선 목적어의 생략과 삽입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타동사는 항상 목적어를 취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목적어라면 이를 생략해도 된다. ‘(밥을) 다 먹었니?’나 ‘그는 (무언가를) 먹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와 같은 경우이다. 다만 알고 있는 목적어라 하더라도 문법적으로 필요할 경우에는 생략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나는 꽃이 좋아서 꽃을 심었다.’라는 문장에서는 ‘심었다’의 목적어가 ‘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생략할 수 없다. ‘약품의 냄새를 맡거나 ( ) 먹지 마세요.’의 경우 ‘약품’이라는 말이 문두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타동사 ‘먹다’가 목적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같은 단어의 중복을 감수하고 괄호 안에 ‘약품을’을 넣어야 한다.

 

한편, 한 문장에 같은 목적어가 중복된 경우 하나를 삭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책을 보기만 하고 책을 찢지는 마세요.’나 ‘그는 책을 바라보기만 할 뿐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는 표현에서는 뒤 절의 ‘책을’을 삭제하는 게 낫다. 이때는 ‘책을’이 두 서술어의 공동 목적어가 된다.

그런데 ‘그는 열심히 책을 보다가 갑자기 ( ) 덮었다.’라는 표현에서는 괄호 안에 ‘그 책을’을 넣는 게 좋다. 이 경우 앞 절은 ‘열심히 책을 보다가’가 하나의 독립된 의미 덩어리를 이루므로 이 중 ‘책을’이 따로 이탈하여 뒤 절의 서술어와 결합하기는 어렵다.

 

이제 글의 서두에 제시한 예문을 보자. ㉠을 끊어 읽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욕심을, 버리면 행복할 텐데, 버리지 못한다.”로 읽는다. 다른 하나는 “욕심을 버리면 행복할 텐데, 버리지 못한다.”로 읽는다. 전자는 목적어 ‘욕심을’이 앞뒤 절의 공동 서술어로 기능한다, 즉 두 서술어가 모두 자신의 목적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문법 면에서 안정적이다. 후자는 ‘욕심을 버려야 행복할 텐데’가 하나의 의미 덩어리를 이룬 형태이다. 이 형태에서는 뒤 절의 ‘버리지 못한다’가 자신의 목적어를 확보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는 대부분 이처럼 ‘욕심을 버려야 행복할 텐데’를 하나의 의미 덩어리로 묶어 읽는다. 따라서 이 형태의 문장을 만들려면 ㉡처럼 뒤 절의 서술어도 자신의 목적어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 문장의 속뜻을 살피자면 ‘버리지 못한다’의 목적어는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버리면 행복하게 되는 그 욕심’이 된다. 따라서 목적어를 ‘그 욕심을’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