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은 걷히면서 비가 그쳤다.
① 철수는 다루기 어렵다.
② 철수를 다루기 어렵다.
흔히 ‘은/는’이 붙은 말이 문두에 놓이면 그 말이 주어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예컨대 ①의 경우 ‘철수는’을 주어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주어가 아니다. 이 문장을 ②처럼 바꾸어 놓고 보면 ‘철수는’이 ‘철수를’이라는 목적격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목적격으로 쓰인 ‘은/는’이 문두에 놓일 경우에는 ‘…로 말할 것 같으면’ 또는 ‘…의 경우’로 해석된다. 즉 ①은 ‘철수로 말할 것 같으면 다루기 어렵다’ 또는 ‘철수의 경우 다루기 어렵다’라는 의미가 된다. 문법에서는 이 ‘철수는’을 주제어라고 하는데, 주제어는 뒷말 전체를 지배 영역으로 삼는 게 특징이다. 좀 더 알기 쉬운 예문을 들어 보자.
③ 철수는 꼴찌를 하는 게 유리해.
④ 철수가 꼴찌를 하는 게 유리해.
③과 ④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 ③의 경우 ‘유리하다’의 주체는 ‘철수’이다. 곧 ‘철수가 꼴찌를 하면 철수 자신이 유리하다’라는 의미이다. 이 경우 ‘철수는’은 문장 전체를 지배한다. 반면 ④의 경우 ‘유리하다’의 주체는 ‘철수’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철수가 꼴찌를 하는 게 (철수 자신에게/우리에게) 유리해’라는 의미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⑤ 아들은 1등을 하면 노래를 불렀다.
⑥ 아들이 1등을 하면 (엄마는) 노래를 불렀다.
같은 맥락에서, ⑤의 경우 ‘아들은’이 지배하는 영역은 문장 전체이므로 ‘아들이 노래를 불렀다’라는 뜻이 된다. ⑥의 경우엔 ‘아들이’가 ‘1등을 하다’까지만 지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노래를 부른 사람은 예컨대 엄마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은/는’의 특성을 알면 다음 문장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⑦ 철수는 오니까 영희가 갔다.
이 문장에서 ‘철수는’은 주제어로서 문장 전체를 지배한다. 즉 ‘철수는 …영희가 갔다’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문장에서 ‘철수는’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 된다. 우리가 이 경우 망설임 없이 ‘철수가’를 쓰는 이유는 이상과 같은 원리 때문이다. 즉 종속절에는 ‘은/는’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종속절의 주어에는 ‘이/가’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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