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까지 영향을 미쳤다.
‘까지’는 여러 격에 두루 붙는, 일종의 만능 조사이다. ‘너까지 왜 그래?’에서는 주격, ‘나까지 왜 끌어들여?’에서는 목적격, ‘어디까지 갔니?’에서는 장소를 뜻하는 부사격으로 쓰였다. 이 같은 만능 조사로는 ‘까지’ 외에도 ‘은/는’, ‘도’, ‘조차’, ‘부터’, ‘마다’ 등이 있으며 이들을 일컬어 보조사라고 한다.
보조사는 여러 격에 두루 쓰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격으로 쓰였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격이 헷갈리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바로 위의 예문이 그러한다. 이 문장의 뒷부분은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쳤다’라는 뜻이다. 즉 ‘까지’가 부사격으로 쓰였으며, 장소를 뜻하는 ‘에’의 의미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나 ‘서비스업을 (어찌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등처럼 주격이나 목적격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다만 그런 식으로도 해석했다가 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는 뜻으로 해석할 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의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는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격조사 ‘에’를 덧붙이는 게 좋다.
☞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참고로 우리말은 조사를 둘 이상 붙여 쓸 수 있다. ‘까지’에 붙는 조사를 살펴보면 ‘까지가/까지를/에까지/에서까지’ 등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조사 간의 결합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어서, 앞의 예에서 보듯 주격, 목적격조사는 다른 조사의 뒤에 오고, 부사격조사 ‘에/에서’는 다른 조사의 앞에 온다. 그러므로 조사가 붙어 있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조사를 두 개 이상 붙여 쓸 것인지 하나만 쓸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는 남는다.
①-1 여기까지 우리 땅이다.
①-2 여기까지가 우리 땅이다.
①-1보다는 ①-2가 더 선호된다. ①-2는 주격조사 ‘가’가 덧붙음으로써 앞말이 주어임을 확실히 짚어주고 있다.
②-1 나까지 합격이래.
②-2 나까지가 합격이래.
②-1과 ②-2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②-1은 단순히 ‘나도 합격’이라는 뜻이고 ②-2는 ‘나’가 마지막 합격자라는 뜻이다.
③-1 너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③-2 너까지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이 경우엔 ‘까지’와 ‘까지도’의 의미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간결한 쪽을 택하는 게 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까지도’의 경우 ‘도’를 무조건 없앨 일은 아니다. ‘그때까지도 안 온다면 가만있지 않겠다’의 경우 ‘도’가 지닌 강조의 의미를 살리는 게 좋다.
그렇다고 ‘어디까지 갔니?’를 ‘어디에까지 갔니?’로 쓸 필요는 없다. 이때의 ‘에’는 사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