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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어미의 쓰임-고/며] ‘-고’와 ‘-며’의 구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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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대기업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철수씨.

 

‘A하고 B하는 C’는 자연스럽고, ‘A하며 B하는 C’는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원문의 ‘근무했으며’는 ‘근무했고’로 바꾸는 게 좋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① 그 집은 남편은 친절하고 아내는 상냥한 편이다.

② 그 집은 남편은 친절하며 아내는 상냥한 편이다.

 

①과 ②는 얼핏 의미가 같은 듯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①은 ‘남편은 친절한 편이다. 그리고 아내는 상냥한 편이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즉 ‘친절하다’와 ‘상냥하다’가 ‘편이다’를 동시에 꾸민다.

반면 ②는 ‘친절하며’ 뒤에 쉼표가 있어서 한번 쉬어 읽게 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남편은 친절하다, 그리고 여자는 상냥한 편이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즉 ‘남편은 친절하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되는 이유는 앞 절에서 설명했듯이 ‘-며’가 화제의 이동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보다는 ‘-며’가 더 강한 휴지 기능을 한다. 실제로 한 문장에 ‘-고’와 ‘-며’가 같이 쓰였을 때, 둘 중 한 군데에만 쉼표를 넣는다면 ‘-며’ 뒤에 넣는 게 좋다.

 

③-1 철수는 공부를 잘하며, 운동도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한다.

③-2 철수는 공부를 잘하며 운동도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한다. (?)

③-3 철수는 공부를 잘하고, 운동도 잘하며 노는 것도 잘한다. (?)

③-4 철수는 공부를 잘하고 운동도 잘하며, 노는 것도 잘한다.

 

③-2와 ③-3이 상대적으로 어색해 보이는 것은 ‘-며’가 더 독립적인 의미 단위, 더 큰 의미 단위를 잇는 말이므로 이곳에 쉼표를 넣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고’ 뒤에 쉼표를 넣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며 가는 정’이나 ‘높으며 낮은 산봉우리’라는 표현을 버리고 ‘오고 가는 정’이나 ‘높고 낮은 산봉우리’를 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 알아보기>

 

• 공부도 잘하며 운동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명문대를 나왔으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청년을 사위로 삼았다.

☞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청년을 사위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