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바람이 불며 매미 소리가 사라졌다.
‘-며’와 ‘-면서’는 쓰임이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다. 쓰임이 같을 때는 앞뒤 말이 동시성을 나타낼 때이다.
① 비가 {오며/오면서} 바람이 분다.
② 식사를 {하며/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①은 비가 오는 상황과 바람이 부는 상황이 동시에 일어남을 뜻하고, ②는 식사를 하는 행위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남을 뜻한다. 이 경우에는 ‘-며’와 ‘-면서’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그런데 ‘-면서’는 ‘동시’의 의미 외에 ‘…하자’ 또는 ‘…함에 따라’라는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③ 봄이 오면서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오면서=오자, 옴에 따라)
④ 경기가 좋아지면서 음식점들이 활기를 되찾았다.(좋아지면서=좋아지자, 좋아짐에 따라)
하지만 ‘-며’는 이런 의미로 쓰이지 않으므로 ③, ④에 쓰인 ‘-면서’를 ‘-며’로 바꾸기 어렵다. 위의 제시문도 ‘찬바람이 불자 매미 소리가 사라졌다’라는 의미이므로 ‘불며’ 대신 ‘불면서’를 쓰는 게 더 적절하다.
한편, 이때의 ‘-면서’가 나타내는 시점도 ‘-며’와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며’는 앞의 상황과 뒤의 상황이 동시에 일어날 때 쓰인다. 즉 완전한 동시성을 보인다. 하지만 ‘-면서’는 앞의 상황이 이루어지고 나서 그 상황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뒤의 상황이 일어남을 나타낸다. 즉 부분적인 동시성을 보인다. 예컨대 ③의 경우 봄이 온 뒤 그 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는 뜻이다. ④도 경기가 좋아진 뒤 그 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음식점들이 활기를 찾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며’로 이어지는 문장의 경우 앞 문장의 주어가 사람이나 동물이면 그 주어가 뒤 문장의 주어 노릇까지 한다는 것이다. 즉 주어 동일성을 지닌다. ‘철수가 웃으며 간다’가 그러한 예인데, 만약 ‘철수가 웃으며 영희가 간다’처럼 앞뒤 문장의 주어를 다르게 하면 바른 문장이 될 수 없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⑤ 영희가 집을 나서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
⑥ 일본이 프랑스를 꺾으며 8강 진출국을 점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
⑤는 문두의 주어가 사람이고, 앞뒤 말이 ‘-며’로 이어졌으므로 주어 동일성을 요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앞뒤 절의 주어를 다르게 한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며’를 주어 동일성에 구애받지 않는 ‘-면서’로 바꾸면 된다. ⑥은 주어인 ‘일본’이 사람이나 동물은 아니지만 서술어 ‘꺾다’와 어울리므로 인성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⑤와 같은 문형에 속하므로 이 경우에도 ‘-며’를 ‘-면서’로 바꾸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