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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어반복,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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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 동어 반복

 

• 그 땅은 조상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땅이다.

 이 문장은 ‘땅은…땅이다’의 구성을 보인다. 주술 동어 반복형이다. ➀ ‘이 시계는 비싼 시계다’나 ➁ ‘이 돈은 무서운 돈이다’ 등도 같은 형태인데, 어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기 때문에 낭비적인 측면이 있다. 동어 반복을 피하는 방법으로 ➀은 ‘이 시계는 비싸다’로 바꾸면 되지만 ➁는 ‘이 돈은 무섭다’로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이것은 무서운 돈이다’나 ‘이 돈은 무서운 것이다’로 바꾼들 원문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같은 주술 동어 반복형 문장은 대안적인 표현이 신통치 않을 경우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한편, 제시문은 서술어 ‘땅이다’를 ‘것이다’로 바꿀 수 있어 보인다.

 

 

<더 알아보기>

• 다음 과제는 지금까지 제시된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이다.

☞ 다음 과제는 지금까지 제시된 것보다 훨씬 어렵다.

 

• 그 부족은 서로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살기를 좋아하는 부족이었다.

☞ 그 부족의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살기를 좋아하였다.

 

• 발해 사람들은 고구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일 서술 형태의 반복(1)

 

• 그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난 곳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이 문장은 ‘…곳으로…곳이다’의 형태로서, 앞뒤 문장의 서술어가 동일하다.

동어 반복을 없애자면 인수분해를 한다. 예컨대 ‘중국은 땅덩이가 큰 나라이고, 인구도 많은 나라이다’라는 표현은 ‘중국은 땅덩이가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이다’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제시문은 인수분해가 한 가지 방법으로 똑 떨어지지 않는다. 조사 ‘로’를 연결어미로 바꾸어야 하는데, 어떤 연결어미를 쓰느냐에 따라서 글의 의미도 달라진다.

 

☞① 그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② 그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③ 그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④ 그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난 곳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①~③은 인수분해한 문장이고, ④는 앞뒤 절의 서술 방식을 달리한 것이다. 그중 ①은 원문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원문은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서 앞말이 뒷말의 이유를 나타내는데, 이 문장은 앞뒤 말이 대등적인 관계로 되어 있다. ②는 수식어가 연이어 나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③과 ④가 무난해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앞뒤 문장의 서술 형태가 같으면 늘 어색함을 자아내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음의 예는 동어 반복이 일종의 운율 효과를 준다. 오히려 권장되는 표현이다.

 

• 짜장면은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고, 너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 그는 만인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만인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더 알아보기>

 

• 하얼빈은 김일성이 빨치산 운동을 하던 곳으로, 그가 생전에 공산주의 운동의 거점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 하얼빈은 김일성이 빨치산 운동을 하던 곳으로, 그는 생전에 이곳을 공산주의 운동의 거점으로 생각했었다.

 동일 서술 형태의 반복(2)

• 자녀가 게임을 오래 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아이는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게임에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장의 ‘…때문에 …때문이다’가 걸림돌이다. 같은 말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인과관계의 구문이 연이어져 문맥이 흐트러지는 문제도 안고 있다.

 

☞① 아이는 자제력이 없으므로 자칫 게임에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앞의 ‘때문에’를 같은 의미 기능을 하는 ‘-므로’로 바꾸어 보았다. 이 경우 동어 반복은 해소되지만 인과관계의 구문이 연이어지는 문제는 계속 남는다. 결국 ‘…때문에 …때문이다’와 다를 바 없는 표현이 되고 마는 것이다.

 

☞② 아이는 자제력이 없어서 자칫 게임에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때문에’를 비슷한 의미 기능을 하는 ‘-(아/어)서’로 바꾸어 보았다. 이 경우 ‘때문에’보다는 인과 관계의 끈이 약해서 ①보다는 어색함이 덜하다. 차선책으로 이 방법을 추천할 만하다. 이 밖에 다음 표현도 생각해 볼 만하다.

 

☞③ 아이는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자칫 게임에 중독되기 쉽다.

 

한편, 서술어가 아니어도 같은 말이 반복되면 어색하기 마련이다.

 

• 그동안 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오늘도 매도에 나섰다.

☞ 그동안 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오늘도 매도에 나섰다.

 

•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 논의했다.

☞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두고 논의했다.

 

• 태어날 때부터 예쁜 얼굴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예쁜 사람이 있다.

 

•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와 의정부 파주 등의 중소도시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포함된다.

☞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와 의정부 파주 같은 중소도시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포함된다.

☞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와 의정부 파주 등의 중소도시들이 두루 포함된다.

 

<더 알아보기>

 

• 통상 4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나타나기 때문에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

☞ 통상 4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

•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 이웃을 위한 삶을 실천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 이웃을 위한 삶을 실천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연이어진 두 문장 속 동어 반복

 

• 철수는 내 친구다. 철수는 우리 옆집에 산다.

 주어는 문장을 이루는 기본 요소이지만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 문맥으로 보아 주어가 나타나지 않아도 그 주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에는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 특히 제시문처럼 연속되는 두 문장의 주어가 같으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뒤에 나오는 문장의 주어를 생략하거나 대명사로 대체한다.

 

 

☞ 철수는 내 친구다. 우리 옆집에 산다.

☞ 철수는 내 친구다. 그는 우리 옆집에 산다.

 

그런데 주어가 각기 다른 격으로 쓰였을 때는 생략하기 어렵다.

 

①-1 철수가 나를 보고 웃었다. 철수는 내 친구다.

①-2 철수가 나를 보고 웃었다. 내 친구다. (?)

 

①-1을 보면, 앞 문장의 주어는 ‘철수가’이고 뒤 문장의 주어는 ‘철수는’이다. 또 앞 문장은 행위를 서술하는 ‘무엇이 어찌하다’ 꼴이고, 뒤 문장은 동격을 나타내는 ‘무엇은 무엇이다’ 꼴이다. 이처럼 앞 문장의 주어와 뒤 문장의 주어가 이질적일 때에는 뒤 문장의 주어를 생략하기 어렵다. ①-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온전한 문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도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 대명사로 대체한다.

 

☞ 철수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는 내 친구다.

 

마찬가지로 위의 제시문도 대명사를 넣어 ‘철수는 내 친구다. 그는 우리 옆집에 산다’로 한다.

한편, 앞 문장의 특정 구절을 뒤 문장에서 그대로 받는 것도 좋지 않다.

 

② 아저씨가 동네에 작은 가게를 냈다. 작은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다.

☞ 아저씨가 동네에 작은 가게를 냈다. 그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다.

 

③ 우리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생활 속의 여러 가지 건축물들은 서로 형태가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 우리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서로 형태가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동어 반복이 능사일 때도 있다

• 사랑은 아파서, 이별은 슬프기 때문에 싫어.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요건 중 하나가 같은 단어나 같은 표현의 반복을 피하는 것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 생산력을 높였다’라는 표현을 보면 ‘높이다’라는 서술어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 경우 뒷말을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로 바꾸어 표현에 변화를 주는 게 좋다. 그런데 때로는 동어 반복 표현이 더 맛날 때가 있다. 다음 표현을 보자.

 

① 사랑은 아파서, 이별은 슬퍼서 싫어.

 

원문을 이렇게 바꾸고 보니 훨씬 읽기가 편하다. 이 문장의 ‘…해서 …해서’는 피해야 할 동어 반복이 아니라 글맛이 더 살아나는 동어 반복이다.

 

② 사랑은 아파서 싫고, 이별은 슬퍼서 안 좋아.

 

이 문장도 동어 반복을 피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이다. 그래선지 어색함이 흠뻑 묻어난다. 오히려 동어 반복 효과를 노려 ‘사랑은 아파서 싫고, 이별은 슬퍼서 싫어’라고 하면 앞뒤 절이 대비를 이루어 시적인 표현이 된다.

 

③-1 아이구 머리야.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구나.

③-2 아이구 머리야.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구나.

 

③-1은 목적어 ‘문제를’이 반복되었고, ③-2는 반복된 목적어 중 하나가 생략됐다. 그런데 ③-1이 더 와 닿는다. 이 경우에는 ‘문제를’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동어 반복,  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의 경계

• 비싼 물건이라도 질이 좋은 물건이면 잘 팔린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언어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저 콩깍지는 깐 콩깍지이야 안 깐 콩깍지야’라는 표현은 ‘저 콩깍지는 깐 거야 안 깐 거야’보다 비경제적이다. 물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처럼 문장에서 꼭 필요한 말은 몇 번이라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은 ‘물건’이란 단어가 중복되었는데 중언부언한 느낌이 든다. 다음처럼 고치면 깔끔하다.

 

☞ 비싼 물건이라도 질이 좋으면 잘 팔린다.

 

그런데, 이 문장을 다음처럼 표현하면 어떨까.

 

• 비싼 물건이라도 그 물건의 질이 좋으면 잘 팔린다.

 

이 문장은 위의 고침 문장에 ‘그 물건의’가 생략되었다고 보고 이 말을 도로 집어넣은 것이다. 이 경우에도 ‘물건’이 중복되기는 하지만, 그 중복이 원문만큼 어색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 물건의’가 ‘질’만 따로 수식하면서 제 기능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 문장을 조금 비틀어 보자.

 

• 싼 물건이고 질이 좋은 물건이면 잘 팔린다.

 

이 문장 역시 ‘물건’이 중복된다. ‘싸고 질이 좋은 물건이면 잘 팔린다’로 줄일 수 있지만 그냥 두어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연결어미 ‘-고’로 이어지는 앞뒤 말이 대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알아보기>

 

• 접근성이 좋은 상가라 하더라도 눈에 잘 안 띄는 상가이면 투자하지 마라.

☞ 접근성이 좋은 상가라 하더라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으면 투자하지 마라.

☞ 접근성이 좋더라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는 상가라면 투자하지 마라.

 

♣동어 반복을  피할 때 주의할 점

• 배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야 한다.

 

앞뒤 절의 서술어가 같은 형태를 띨 경우 흔히 인수분해를 통해 간결하게 표현한다.

 

①-1 공부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하고 잡념을 버려야 한다.

①-2 공부할 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잡념을 버려야 한다.

 

①-1은 ‘…해야 하다’가 반복되었다. 글이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①-2처럼 인수분해를 하면 간결해진다. 하지만 인수분해가 만능은 아니다. 인수분해를 하면 오히려 어색해지기도 한다. 제시문의 경우 ‘밥을 먹어야 하고…잠을 자야 한다’를 ‘밥을 먹고…잠을 자야 한다’로 인수분해한 것이다. 따라서 ‘밥을 먹고’ 뒤를 잠시 끊어 읽어야 하지만, 자칫 끊어 읽지 않아 ‘밥을 먹고 나서 졸리면 잠을 자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인수분해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②-1 철수는 엄마의 어깨를 주무르고, 영희는 아빠의 어깨를 주무른다.

②-2 철수는 엄마의, 영희는 아빠의 어깨를 주무른다. (?)

 

③-1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는 나를 좋아하잖니.

③-2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좋아하잖니. (?)

 

②-2는 공통부분인 ‘어깨를 주무르다’의 반복을 피한 것이지만 ②-1과 비교하면 매우 불안정하다. ‘목적어+서술어’를 통째로 인수분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③의 경우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일종의 강조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③-2보다는 ③-1이 선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