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적인’의 차이
㉠ 인적 자원이 고갈되었다.
㉡ 인적인 자원이 고갈되었다.
‘-적’과 ‘-적인’은 쓰임이 비슷해서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할 때가 많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둘 중 어느 하나가 쓰임의 우위를 보이기도 한다. 제시문의 경우 ㉠의 ‘인적 자원’이 ㉡의 ‘인적인 자원’보다 더 선호된다. 다음 예문도 ‘-적’이 ‘-적인’보다 더 선호된다.
①-1 수적 열세 속에서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①-2 수적인 열세 속에서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대로 다음 예문은 ‘-적인’이 ‘-적’보다 더 선호된다.
②-1 그는 낭비적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망쳤다.
②-2 그는 낭비적인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망쳤다.
그렇다면 ‘-적’과 ‘-적인’은 어떤 쓰임의 차이가 있을까. 다음 예문을 보자.
③-1 이번 선거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치러졌다.
③-2 이번 선거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치러졌다.
③-1과 ③-2는 의미가 다르다. ③-1의 ‘민주적 절차’는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 등의 민주주의적 선거 원칙에 의한 절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민주적 제도에 의한 절차’라는 표현에 가깝다. 반면 ③-2의 ‘민주적인 절차’란 ‘민주적인 성격을 지닌 절차’라는 의미가 강한다.
양자는 구조적으로도 다르다. ‘민주적인 절차’는 ‘절차가 민주적이다’의 주술 구조로 바꿀 수 있지만 ‘민주적 절차’는 이처럼 바꾸기 어렵다. 이는 ‘인적 자원’을 ‘자원이 인적이다’로 바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두 예문이 이처럼 다른 의미로 쓰이기는 해도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그 차이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즉 둘을 같은 문장으로 보는 것이다. 나아가 언어 경제적 차원에서 ‘-적인’을 버리고 ‘-적’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의미 차이를 확보하려고 할 때가 많다. 그게 바로 ‘-적’과 ‘-적인’을 구별해 쓰려는 심리로 나타난다. 아래 문장이 그런 것들이며, 이 경우에는 ‘-적’과 ‘-적인’의 선택을 확실히 하는 게 좋다.
④-1 평소에 모범적 행동을 하던 그였다. (?)
④-2 평소에 모범적인 행동을 하던 그였다.
⑤-1 이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국지적 현상이다. (?)
⑤-2 이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국지적인 현상이다.
⑥-1 북한이 국지적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⑥-2 북한이 국지적인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
한편 부사 뒤에는 ‘-적인’을 쓴다. 이는 부사가 서술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서술성이 강한 것은 ‘-적’이 아니라 ‘-적인’이다.
⑦-1 그들은 매우 양심적인 행동을 했다.
⑦-2 그들은 매우 양심적 행동을 했다. (?)
♣권위적이 되다
• 그 사람 돈 좀 벌더니 제법 권위적이 되었군.
‘적’은 명사 뒤에 붙어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이라는 뜻을 더해 준다. ‘권위적인’, ‘권위적으로’ 등의 표현이 가능하다. 종결부에서는 ‘권위적이다’로 표현된다.
하지만 제시문의 ‘권위적이 되다’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권위적’ 자체를 독립된 명사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사람 돈 좀 벌더니 점점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군.
☞그 사람 돈 좀 벌더니 점점 권위적으로 변해 가는군.
사족을 붙이자면 ‘제법’은 긍정적인 표현에 많이 쓰이다. ‘노래를 제법 잘 부른다’, ‘제법 어른 티가 난다’ 식이다. ‘권위적’은 부정적인 표현이므로 ‘제법’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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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으로 비용이 하락해 제조업이 더욱 생산적이 되었다.
☞ 산업혁명으로 비용이 하락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다
• 수거 배송 시스템이 효율적이게 되었다.
☞ 수거 배송 시스템이 효율성을 갖추었다.
♣‘논리적이 아니다’와 ‘논리적이지 않다’
• 네 말은 별로 논리적이 아니다.• 네 행동은 정상적이 아니다.
‘-적이다’의 부정 표현을 ‘-적이 아니다’로 하는 경우가 있다. 예문의 ‘논리적이 아니다’, ‘정상적이 아니다’가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적이 아니다’는 어법적으로 불안정한 표현이다. ‘논리적이지 않다’, ‘정상적이지 않다’처럼 ‘-적이지 않다’로 하는 게 옳다.
일반적으로 서술어로 쓰이는 ‘명사+이다’를 부정할 때는 ‘아니다’를 붙인다. 예컨대 ‘책이다’를 부정하면 ‘책이 아니다’가 된다. 그런데 ‘논리적’은 명사로 보기가 어렵다. 조사 ‘으로’가 붙는 것을 보면 명사 같지만 다른 조사와는 잘 결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이지 않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용사에 가깝다. ‘아름답지 않다’처럼 ‘않다’를 부정어로 삼는 것은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도 ‘적(的)’에 대해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형용사를 만드는 말이라는 것이다.
• 그 사람 진급하더니 점점 권위적이 되어 가고 있어.
이 예문은 ‘권위적’을 명사로 보고 주격조사를 붙여 ‘권위적이 되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권위적’은 ‘으로’ 이외의 조사와는 잘 결합하지 않는다. 흔히 쓰이는 표현이긴 하지만 아래의 수정문에 비하면 껄끄러운 면이 있다.
☞ 그 사람 진급하더니 점점 권위적으로 변해 가고 있어.
☞ 그 사람 진급하더니 점점 권위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