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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명사 '등' 가려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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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등, 했는 등

 

•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추운 등 예년 같은 날씨가 아니다.

 

‘등’은 문장 내에서 두 가지 결합 방식을 보인다. 첫째, 단수 혹은 복수의 명사 뒤에 놓여 그 명사와 같은 유형이 더 있음을 나타내거나 그 명사 자체를 가리킨다. 아래의 ①과 ②가 그렇게 쓰인 예이다.

 

① 서울, 부산, 대구 등은 대도시이다.

② 이번 사건은 서울, 부산, 대구 등 세 도시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둘째는 동사의 활용형 ‘-는’ 뒤에 놓여 그 앞에 언급된 것과 같은 유형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낸다. ③과 ④가 그렇게 쓰인 예이다.

 

③ 오늘 날씨는 맑았다가 비가 오는 등 오락가락한다.

④ 산에 올라 약초를 캐는 등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

 

제시문의 ‘등’은 둘째 경우에 해당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등’이 동사가 아닌 형용사 뒤에 놓였다는 것이다. ‘등’은 형용사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예쁜 등’, ‘아름다운 등’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문은 다음처럼 문장의 틀을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 금년 겨울은 예년과 달리 날씨가 유난히 춥다.

 

‘등’은 과거형과도 안 어울린다.

 

⑤ 그는 장난감을 집어던졌는 등 하루 종일 심통을 부렸다.

☞ 그는 장난감을 집어던지는 등 하루 종일 심통을 부렸다.

 

한편, ‘등’과 잘 어울리지 않는 동사도 있다.

 

• 총선이 임박하는 등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임박하다’는 동사인데 ‘임박하는 등’은 매우 어색하다. ‘임박하다’는 주로 과거형과 결합하여 ‘임박했다’, ‘임박했던’ 등으로 쓰이고 현재형 ‘임박한다’, ‘임박하는’ 등은 잘 안 쓰이기 때문이다.

 

하는 등의 올바른 쓰임새

• 그는 일류대를 졸업하는 등 사회에서 대들보 역할을 했다.

 

‘…하는 등’의 ‘등’은 뒷말이 앞말을 포괄하는 관계일 때 쓴다. ‘그는 갑자기 웃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라는 표현을 보면, 뒷말인 ‘이상한 행동’이 앞말인 ‘웃는 행동’을 포괄한다. 또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다’의 경우 뒷말인 ‘날씨가 좋지 않음’이 앞말인 ‘비가 옴’을 포괄한다.

제시문이 어색한 이유는 ‘대들보 역할’이 ‘일류대 졸업’을 포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들보 역할’과 ‘일류대 졸업’은 연관성이 희박하다.

 

• 불경기 때문에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역시 논리 흐름이 순조롭지 않다. 스스로 등록금을 동결해 놓고 어려움을 겪는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불경기를 맞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는 등 고통을 감내하는 처방을 내놓았다’ 정도면 되겠다. 이 경우 ‘고통을 감내하는 처방’이 ‘등록금 동결’을 포괄한다.

 

으로 이어지는 앞뒤 말의 관계

• 그는 자주 지각하는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다.

 

‘등’은 앞말과 뒷말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준다. 예컨대 앞말이 명사형이면 뒷말도 명사형, 앞말이 동사형이면 뒷말도 동사형이 된다. ‘서울, 인천 등 각지로 떠돌다’의 경우 ‘서울, 인천’이 명사이고 ‘각지’도 명사이다. ‘그는 돈을 훔치는 등 도둑질을 했다’는 ‘돈을 훔치다’와 ‘도둑질을 하다’가 같은 동사형이다. 이 밖에 의미상으로도 잘 대비되어야 한다. ‘그는 돈을 훔치는 등 도둑을 따라다녔다’는 앞뒤 말이 같은 동사형이지만 돈을 훔치는 행위와 도둑을 따라다니는 행위가 잘 대비되지 않는다.

제시문의 경우 앞말이 용언형 ‘지각하는’인 데 반해 뒷말은 명사형 ‘(불성실한) 근무 태도’이다. 양자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난다. 다음처럼 뒷말을 서술형으로 바꾸면 훨씬 자연스럽다.

 

☞그는 자주 지각하는 등 근무 태도가 불성실한 탓에 회사에서 잘렸다.

 

<더 알아보기>

• 그 회사가 성공한 것은 판매망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이다.

☞ 그 회사가 성공한 것은 판매망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이 기업 전체의 99%를 차지하는 등 경제의 뿌리이다.

☞중소기업이 기업 전체의 99%를 차지하는 등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