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화 문장 풀어쓰기
• 여름엔 수해 방지 대책 마련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젊은이라면 많이 본 문장일 것이다. 고교 교과서에 나쁜 문장의 한 예로서 실려 있다. ‘수해 방지 대책 마련’은 명사 4개가 죽 이어져 있어 글이 딱딱한 느낌을 준다. 또 리듬감이 없어 읽다 보면 혀가 꼬일 듯한 느낌이 든다. 간결하기는 하지만 문법 관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우리말은 명사를 죽 나열하는 것보다 동사나 형용사로 풀어서 쓰는 게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1 여름엔 수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철저를 기해야 한다.
해설서나 문제집 등에서는 이처럼 고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목적격 조사 ‘을/를’이 가까이 붙어 있고 그 사이에 ‘ㄹ’ 받침음 ‘할’까지 끼어 있어서 다소 껄끄럽게 읽힌다. 다음의 ㉠-2처럼 ‘수해 방지 대책’을 한 의미 단위로 묶거나 ㉠-3처럼 ‘수해 방지’를 한 의미 단어로 묶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여름엔 수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철저를 기해야 한다.
㉠-3 여름엔 수해 방지를 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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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하다’와 ‘X를 하다’
㉠ 중국 어선이 우리 영해에서 조업을 했다.
㉡ 중국 어선이 우리 영해에서 조업했다.
행위 등 움직임을 나타내는 명사는 그 뒤에 ‘하다’가 붙으면 동사가 된다. 즉 ‘노래+하다’, ‘축구+하다’ 등처럼 ‘X+하다’ 꼴로 실현된다. 또 ‘노래를 하다’, ‘축구를 하다’ 등처럼 ‘X를 하다’ 꼴로 실현되기도 한다. 제시문이 그 두 형태이며, 두 예문은 사용 빈도 면에서 서로 팽팽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 빈도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도 있다.
①-1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어제 서거했다.
①-2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어제 서거를 했다.
②-1 매출이 어제보다 감소했다.
②-2 매출이 어제보다 감소를 했다.
①-2와 ②-2의 ‘서거를 했다’와 ‘감소를 했다’는 매우 어색하다. 이 경우에는 ‘서거했다’, ‘감소했다’로 표현한다. 대체로 ‘X’가 정적인 의미를 지닌 동사일 때는 ‘X를 하다’가 잘 안 쓰인다. 반대로 ‘X하다’로 쓰일 수 없는 형태가 있는데 ‘행위하다’, ‘역할하다’ 등이 그것이다. ‘X하다’의 형태로 쓰이는 말을 예로 들자면 ‘감소, 강화, 불허, 사용, 서거, 애도, 완료, 유지, 제외, 출범, 퇴치’ 등이 있고 ‘X하다’와 ‘X를 하다’가 함께 쓰이는 말을 예로 들자면 ‘조업, 토론, 평가, 예상, 증언, 구분, 서명, 결정, 경쟁, 전망, 처리’ 등이 있다.
♣‘X를 Y하다’와 ‘XY를 하다’
㉠ 그 아파트는 분양 완료를 했다.
㉡ 학교가 등록금 동결을 했다.
‘책임을 추궁하다’와 ‘책임 추궁을 하다’는 같은 말이다. 하지만 후자처럼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말에서 목적어와 서술어가 결합할 때는 주로 ‘X를 하다’나 ‘X를 Y하다’의 형태로 실현된다. ‘책임 추궁을 하다’는 ‘XY를 하다’의 결합 관계여서 안정적이지 않다. 제시문 ㉠의 ‘분양 완료를 했다’와 ㉡의 ‘등록금 동결을 했다’도 이와 같은 형태로서, 각각 ‘분양을 완료했다’와 ‘등록금을 동결했다’로 하는 게 좋다.
① 그린벨트 해제가 된 뒤 복부인이 기승을 부린다.
②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하면서 회사가 안정됐다.
①은 앞의 예문과 달리 주어와 술어의 결합이 불안정한 경우이다. 안정된 결합 관계인 ‘X가 Y되다(무엇이 어찌되다)’ 꼴을 버리고 ‘AB가 되다’ 꼴을 택한 것이다. ‘그린벨트가 해제된 뒤…’로 표현하는 게 좋다.
②도 ‘조직 구성을 하다’를 ‘조직을 구성하다’로 바꾸는 게 좋은데, 이 경우 앞에 놓인 수식어 ‘체계적인’도 표현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겠다. 즉 ‘조직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면서…’로 표현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XY를 하다’나 ‘XY가 되다’ 형태가 모두 불안정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③-1 실내 정돈을 해라.
③-2 실내를 정돈해라.
④-1 조직 개편을 했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④-2 조직을 개편했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③-1과 ④-1도 ‘XY를 하다’ 형태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③-2와 ④-2가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실내 정돈’이나 ‘조직 개편’이 ‘XY’가 아닌 ‘X’, 즉 하나의 의미 단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예컨대 ‘실내 정돈을 잘 해라’와 ‘실내를 잘 정돈해라’가 각각 다른 전달 의도를 지닐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XY가 되다’의 유형도 예컨대 ‘실내 정돈이 잘 되었다’나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나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등의 표현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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