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순을 바꾸면
㉠ 철수가 영희보다 더 노래를 잘한다.
㉡ 영희보다 철수가 더 노래를 잘한다.
밑줄 친 ‘영희보다’는 부사어이다. 이 부사어가 ㉠에서는 주어 뒤에 놓였고, ㉡에서는 주어 앞에 놓였다. ㉠이 기본 문형이고, ㉡는 도치된 문형이다. 부사어는 이처럼 위치의 이동이 자유롭지만, 위치가 바뀌면 글의 의미도 달라지므로 상황에 맞게 위치를 정해 주어야 한다.
①-1 두 사람이 노래를 한다. 철수가 영희보다 더 노래를 잘한다.
①-2 두 사람이 노래를 한다. 영희보다 철수가 더 노래를 잘한다. (?)
②-1 두 사람 중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가? 철수가 영희보다 더 노래를 잘한다.
②-2 두 사람 중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가? 영희보다 철수가 더 노래를 잘한다. (?)
①과 ②의 첫 문장에서 관심의 초점은 ‘노래하는 두 사람’이다. 즉 두 사람은 관심의 우선순위가 동일하다. 이 경우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서술부에서 관심의 초점으로 삼는 사람, 즉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문두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①-1과 ②-1이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이며, ①-2와 ②-2는 상대적으로 어색함을 준다.
③ 갑: “영희가 노래를 잘하네.”
을: “영희보다 철수가 더 노래를 잘해.”
③에서는 갑이 먼저 “영희가 노래를 잘한다”라고 말했다. 즉 ‘영희’를 중심어로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을도 맞장구치는 대화 기법상 상대가 내세운 중심어를 화제의 우선순위에 둔다. 그래서 ‘영희’로 시작되는 문장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관심의 초점이 되는 말을 되받을 때는 그 말을 문두에 놓는다.
④-1 철수가 영희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
④-2 철수가 노래를 영희보다 더 잘한다.
이 문장은 부사어 ‘영희보다’가 목적어의 앞에 놓인 경우와 뒤에 놓인 경우를 나타낸 것이다. ④-1처럼 목적어 앞에 놓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④-2처럼 목적어 앞에 놓이면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든다. 다만 이렇게 표현하면 ‘노래를’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⑦ 철수가 노래를 영희보다 더 잘하다니!
이 문장은 ④-2를 감탄문 형태로 바꾼 것이다. 이처럼 감탄문을 사용하면 문장 성분이 앞에 놓일수록 강조되는 효과가 있으며, 이 경우도 ‘노래를’을 강조하기 위한 파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④-2는 평서문이기 때문에 강조 효과보다는 파격에 의한 어색함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질 수 있다.
♣어순만 바꾸어도
• 북한이 우려했던 대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이 진짜 우려했을까.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면 북한이 우려한 모양새가 된다. 이처럼 헷갈리게 할 만한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렇게 단어의 순서를 바꾸면 의미의 혼선을 야기할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안이 될 만한 표현을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북한이, 우려했던 대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② 북한이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③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①은 ‘북한이’의 뒤에 쉼표를 넣어, 그것이 바로 뒤에 이어지는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내도록 했다. 이 방법도 가능하지만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다. ②는 주어인 ‘북한이’와 ‘우리가’가 연속으로 이어져서 다소 읽기가 껄끄럽다. ③은 ‘우려했던’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다만 주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그 주체의 범위를 판단하도록 맡기는 것도 하나의 표현 기법이므로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 알아보기>
• 언젠가부터 흥행의 변방에 있던 남자 골프가 차츰 살아나고 있다.
☞ 흥행의 변방에 있던 남자 골프가 언젠가부터 차츰 살아나고 있다.
• 어제부터 고장을 일으켰던 기계가 갑자기 잘 돌아간다.
☞ 고장을 일으켰던 기계가 어제부터 갑자기 잘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