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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어의 쓰임] 너무 오만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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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jl...
2021년 10월 17일 8:03 오후

<1>부사어와 서술어의 관계

•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

 

어느 정치인의 발언이다. 강한 어조를 띠게 하려고 부사인 ‘너무’를 넣었는데, 이것이 그만 비문을 낳고 말았다. 비문이 되는 이유를 통해 부사의 문법적 특징을 살펴보자.

부사는 독립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뒤에 나오는 말을 꾸며 줄 뿐이다. 주로 용언(동사, 형용사)을 꾸민다.

 

㈎ 너무 + 자랐다  :  동사를 꾸밈

㈏ 너무 + 예쁘다  :  형용사를 꾸밈

 

그런데 제시문 ‘너무 오만의 극치’에는 용언이 없다. 즉 ‘너무’가 짝을 찾지 못하고 붕 뜬 형태이다. ‘너무 오만하다’ 식으로 뒤에 동사가 오도록 해야 한다.

원리는 이처럼 아주 간단하지만, 글을 쓸 때는 이를 무시하고 용언 대신 체언을 꾸미게 할 때가 많다.

 

①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금은 굳이 반환의 필요가 없다.

 

이 문장은 ‘굳이’의 피수식어가 ‘반환의’라는 명사이다. 이를 용언 형태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금은 굳이 반환할 필요가 없다.

 

다음 예문들도 부사와 명사를 수식하도록 한 것이다.

 

② 이게 가장 고가의 물건이다.

☞ 이게 가장 (값이) 비싼 물건이다.

☞ 이게 최고가의 물건이다.

 

③ 적극 협조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 적극적인 협조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편, 초점에서 약간 빗겨 가자면, 예외적으로 명사를 수식하는 부사도 있다.

 

④ 그는 {매우/아주} 부자다.

⑤ 어제와는 아주 딴판이다.

⑥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이들 문장에 쓰인 ‘매우/아주/한낱’은 명사를 수식하지만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일부 부사는 명사를 수식하는 특수 구조를 띠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부사가 아무 명사나 수식하는 것은 아니다.

 

⑦ 그는 {매우/아주} 천재다.

 

이 문장 역시 ‘매우/아주’가 명사를 수식하지만 비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⑧ 그는 매우 미남이다.

⑨ 그는 상당히 미남이다.

⑩ 그는 아주 미남이다.

 

⑧은 비문이고, ⑨은 비문이 아니다. ⑩은 양자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뚜렷하지 않아서 각자의 언어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부사가 명사(체언)를 수식하는 예는 다음과 같다.

  • 딱 하나밖에 없다

• 한 상 크게 차린다더니 고작 밥에 김치냐?

• 겨우 돈 몇 푼 얻자고 이 고생을 했단 말인가.

• 철수 바로 앞에 영희가 있다.

• 지갑에는 단지 차비만 들어 있을 뿐이다.

 

<2> 부사어의 꾸밈 관계를 살피자

• 그들은 선착장에 도착 후 곧바로 배를 탔다.

 

이 문장에서 ‘선착장에’는 문장 성분으로 치면 부사어이다. 부사어는 문장 내에서 부사와 똑같은 기능을 한다. 즉 용언(동사, 형용사)을 수식한다. 그런데 이 문장은 ‘선착장에’가 수식하는 용언이 안 보인다. ‘도착’을 용언형 ‘도착한’으로 바꾸면 수식 관계가 바르게 된다.

참고로 부사어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잘 놀다’의 ‘잘’처럼 부사가 그대로 부사어가 된 경우가 있다. 둘째 ‘철수와’, ‘철수에게’, ‘철수처럼’과 같이 명사(체언)에 부사격 조사가 붙은 경우가 있다. 셋째 ‘가서’, ‘가니’, ‘가자마자’와 같이 용언에 연결어미가 붙은 경우가 있다. 요컨대 문장의 주성분인 주어, 목적어, 서술어, 보어가 아닌 것은 다 부사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어도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말들은 자신과 짝이 되는 용언을 만나야 제 구실을 하게 된다.

 

• 철수가 영희와 게임에서 이겼다.

☞① 철수가 영희와 함께한 게임에서 이겼다.

☞② 철수가 영희와의 게임에서 이겼다.

 

이 문장에서 ‘영희와’는 부사어이다. 그런데 짝이 되는 용언이 안 보인다. 해결 방법은 ①처럼 ‘함께하다’라는 용언을 넣어 주거나, ②처럼 ‘의’를 붙어 관형어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편 이 문장은 ‘영희와’가 용언 ‘이겼다’를 수식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경우엔 ‘철수와 영희가 함께 이겼다’라는 다른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이 경우엔 ‘철수와 영희가 게임에서 이겼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 통화에서 협조를 다짐했다.

☞①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 가진 통화에서 협조를 다짐했다.

☞②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와의 통화에서 협조를 다짐했다.

 

이 문장도 위의 예문과 형태가 같다. 신문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문이다.

 

•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불법이 통하지 않는 투명 행정을 기대한다.

☞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불법이 통하지 않는 투명 행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부사구 ‘이번 일을 계기로’가 수식하는 용언이 드러나지 않았다. ‘기대한다’를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수식하는 힘이 약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을 어찌하다’ 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이 어찌되다’라는 의미 구조가 되면 더 긴밀한 수식 구조가 된다.

 

<더 알아보기>

 

• 카드로 결제 시 수수료가 붙는다.

☞ 카드로 결제할 시 수수료가 붙는다.

☞ 카드 결제 시 수수료가 붙는다.

 

• 난장판으로 변질 가능성이 높다.

☞ 난장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 제품의 하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 제품의 하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제품의 하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사어 ‘X에서와 호응되는 서술어

㉠ 회칙 변경이 이번 모임에서 주요 이슈였다.

㉡ 회칙 변경이 이번 모임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다.

 

㉠, ㉡ 두 문장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망설여질 수가 있다. ㉠의 ‘이슈였다’를 택하자니 간결하긴 한데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들고, ㉡의 ‘이유가 되었다’를 택하자니 ‘이슈였다’보다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둘 중 더 문법적인 표현은 ㉡이다. 이 경우 부사어 ‘모임에서’와 뒷말의 호응 관계가 문법성을 결정짓게 되는데, ㉠은 ‘논의에서 이슈이다’라는 의미 구조이고, ㉡은 ‘논의에서 이슈가 되다’라는 의미 구조이다. ㉠보다는 ㉡이 더 잘 호응된다. 부사어는 용언형 서술어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만약 ㉠처럼 서술어를 ‘이슈였다’로 가져가려면 다음처럼 표현한다.

 

☞ 회칙 변경이 이번 모임의 주요 이슈였다.

 

<더 알아보기> 

• 조직 개편이 이번 논의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이다.

☞ 조직 개편이 이번 논의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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